frapper la porte

frappe.egloos.com

포토로그 마이가든



화장을 하는 것이 언제부터 여자의 필수 덕목이었나? 잡답/문답

저는 평소에 옷을 예쁘게 차려 입는 것도 아니고, 화장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는 앞머리가 눈을 가릴 정도까지 와야 자르는 편입니다. 외모에 대해 포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 돌보는 편도 아니죠. 때문에 답답하게 여기시는 어머니께서 절 따로 불러다가 무릎에 눕혀 놓으시고 마스카라로 눈 화장을 해주시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화장을 자주 하지는 않아요. 굳이 해야 한다면 로션에 파우더 바르고 립글로스 바르는 정도입니다.
수시로 하기 귀찮은 점도 있지만(학교나 직장에서 선생님들과 상사들 눈치 봐가며 조금씩 화장 고치는 아가씨들을 저는 이해 못하겠어요) 제 피부가 좀 건성 여드름 피부라서 섣불리 화장했다간 더 피박을 쓰게 됩니다. 올해 나이가 벌써 스물 둘인데 한 번 생긴 여드름은 당최 없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때문에 딱히 하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입장입니다. 전에는 여드름 없애려고 별 짓 다해봤지만 그냥 붉은 여드름이 조금 사라진 티가 난 정도고 도저히 완치가 안 되길래 포기한 전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원래 피부로 돌아왔죠.
눈 밑의 다크 서클 때문에 아무리 자도 눈이 많이 부어보이고 피부가 푸석푸석하여 인상이 약간 어두워보입니다. 관리 제대로 못한 탓이죠. 그러니까 제가 저를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수 있어요. 좀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게 인상이 더 좋아보일 수 있다는 정도까지 말하면, 용인을 합니다. 사실이고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죠. 하지만 단지 그냥 화장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앉은 자리에서 대놓고 지적을 하면 상대는 어떨지 몰라도 저는 정말 곤란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화장하고 싶다고 화장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복장에 문제가 있거나 더러운 모습을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악취를 풍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전에 술자리에서 말이죠. 전 대학 야외수업을 빙자한 술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전 술지리를 무척 싫어해서 그냥 가만히 자리만 채우고 있었습니다. 모임에서 제일 존재감 없고 얌전한데 은근히 술안주 쌔벼가는 타입이죠. 그 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고깃집에서 노래방 갈 때 30대 직장인 남자분 둘이서 제 외모 가지고 주의를 주더군요. 대학 와서는 외모에 대해 딱히 지적받은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그 분들이 제 외모에 대해 비판하는 포인트는 세 가지더군요.
첫번째, 머리가 몇 가닥 뻗쳤다. 두번째, 화장을 안 했다. 세번째, 눈이 작다(-_-;). 자꾸 저한테 말 걸면서 외모에 대해서 태클 걸고 넘어지는데 말이죠, 뻗친 머리 손으로 만지면서 킬킬대질 않나, 저보고 눈 크게 뜨라고 하질 않나, 왜 화장 안 하고 다니냐고 하고. 머리가 뻗쳐서 그런 건 단정해 보이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자구요. 근데 킬킬거리고 웃으면서 머리 만지며 '머리 뻗쳤어' 이러고, 그런데 안경 낀 분이 저한테 '눈 크게 떠'라고 말할 땐 정말 기분이 뭐합디다. 자기도 안경 끼면서 안경 낀 사람이 눈이 작아보인다는 점은 생각도 안 하는 건지. 그리고 분명히 제가 여드름 때문에 화장할 수 없다고 했는데, 왜 듣는 사람이 인상을 찌푸려요? 충고라면 저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이건 그냥 비아냥 아닙니까. 한 마디로 예쁘지 않으면 암컷이 아니라는 거예요? 사소한 것 가지고 성낸다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원래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큰 일보단 사소한 일에 더 짜증을 내게 마련입니다. 특히 자기 일 아니라고 일부러 무심해지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 그렇죠.
접대업이나 서비스업 하는데 화장 안 했다고 하면 이해라도 해요. 그런데 대학 술자리였잖아요. 대학에서도 이런데, 진짜 사회에 나가면 얼마나 더 심한 취급을 받을지 상상이 안 가네요. 예쁘장한 옷 차려 입고 예쁘장한 옷 입으며 예쁘장한 미소 지으면서 상사들에게 술 한 잔 따라주어야 일하는 마음이 있다고 보인단 얘깁니까.
하아……. 화장이 어째서 여자의 부지런함과 자기관리의 표시가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화장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 자기개발은 안중에도 없는 여자도 있고, 화장 안 해도 자기 몫 벌 만큼 열심히 사는 여자도 있을 텐데 말이죠) 일단 사회의 대세라고 하니까 그건 인정을 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거예요. 굳이 화장하지 않는 여자가 싫어서 참견하고 싶다면 충고를 하던가 '화장을 하면 더 예뻐보이겠다'라고 권유라도 해봐요. 똑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를 것을 왜 굳이 감정 상해가며 서로 이를 갈아야 하는 겁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진짜 우리 나라 사람들 왜 이렇게 말을 안 가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frappe.egloos.com/tb/3219230 [도움말]

덧글

  • 제절초 2007/06/08 20:15 # 답글

    전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좀 봐줄만한 피부상태가 되었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응?)
  • 미소띤독사 2007/06/08 20:21 # 답글

    "얼굴은 아무래도 괜찮아~하지만 쌩얼만은 참아줘~"

    모 개그 플래시에 나온 노래가사죠.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아니, 정말 남이사. 화장이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저도 여드름이 제법 있는데, 그 위에 약도 아닌 화장품을 바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리고 남의 컴플렉스 쿡쿡 건드리는 사람은, 뭐, 그냥 생각이 없는 거고요.

    덤 : 제가 좋아했던 그 아이는 화장따윈 거의 하지 않았었죠~예이예에~...OTL
  • Ichor 2007/06/09 17:28 # 답글

    제절초// 결국 결론은 세월이 약이라는 거군요.

    미소 띤 독사// 저는 여드름 때문에 클리닉에 갈지 숯비누를 살지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여드름이 얼마나 고민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거라니까요. 크흑.
  • R 2007/06/10 10:56 # 삭제 답글

    남 얘기 같지 않은 이 기분. 왜 대학생이 되면 머리도 기르고 화장도 하고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어야하나. 난 숏커트가 편하고 팔자걸음이라 구두 신어도 웃기고 치마 입으면 뛰어다니기 힘들고 화장은 하는 법도 잘 모르는데-_-;
  • Ichor 2007/06/11 17:24 # 답글

    R// 뭐든지 항상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까. 그렇게 살기 참 빡빡할텐데 말이지.
덧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