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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안젤리크 스페셜 오늘의 乙女心





판타스틱 포츈과 함께 오토메 게임의 바이블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 가장 처음에 발매된 시리즈는 1994년도 것으로, 한국에는 안젤리크 스페셜 1만이 한글화되어 정발되었으나 인기가 없어 소리소문 없이 V챔프 부록으로 제공되었다. 오토메 게임치고는 은근히 게임성도 괜찮고 일러스트 수준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 당시에도 옛날 게임 티가 나던 도트 그래픽 때문에 국내에서 히트를 치지 못한 것 같다. 나만 해도 책방에서 V챔프 부록으로 이 게임이 제공되기 전까지는 이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몰랐었다. 어쩌다 보니 이 게임을 목적으로 잡지를 사게 되었고, 별 기대 안 했던 것이 막상 잡고 보니 꽤 재밌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10년 전 당시에도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하기 힘든 그래픽에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마우스를 쓰지 못하는 인터페이스에 조금 답답해 했다. SD로 표현된 수호성들의 모습에 조금 웃기도 했고 처음엔 수호성들에게 크나큰 호감을 느끼지는 못했다(첫번째 호수 이벤트에서의 작화를 보고 그 때 캐릭터의 이미지가 대강 감이 잡히고 좋아하는 수호성과 그렇지 않은 수호성의 구분이 생겼다). 이 게임의 첫인상은 한 마디로 '촌스럽다'였다. 보기에 썩 좋지만은 않지만, 촌스러운 것이 나쁜가? 이토록 아기자기하고 단순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소녀의 로망을 풀어낸 게임은 흔하지 않다.

수호성들을 둘러보면 제각기 어떠한 속성의 스탠다드 타입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략 대상이 무려 9명에 달하니 어지간한 취향 범위는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고, 그 많은 캐릭터에 각각의 개성이 녹아 있다. 이 멋있는 남자들을 주인공 혼자만 독차지하지 못한다는 데서 흥이 깨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NTR 요소가 유저의 승부욕에 불을 땡긴다. 라이벌의 위협도가 타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얼굴을 비치다가 배드 엔딩에서 잠깐 등장해 유저의 잘못된 선택을 비웃는 그런 라이벌이 아니다. 게임 내내 유저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존재다. 때로는 주인공보다 앞서 나가기도 하며, 때로는 주인공을 방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공의 남자를 빼앗기도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게임을 감질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큰 맘 먹고 모든 수호성에게 마수를 뻗치면 100일을 갓 넘은 시점에서 여왕 엔딩 클리어가 가능하다(필자가 첫 플레이에서 여왕 엔딩을 본 시점이 102~103일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수호성 엔딩은 약 120일 내외로 볼 수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수호성 호감도 이벤트는 랜덤으로 발생하기에 운에 따라서는 시일이 훨씬 더 걸릴 수 있다. 이게 참 사람 초조하게 만든다. 여왕 엔딩이 목표라면 닥치는 대로 전부 꼬시면 그만이지만 수호성 엔딩이 목표라면 로잘리아와 대등한, 혹은 로잘리아보다 조금 우월한 상태를 유지하며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 어지간해선 로잘리아에게 역전당하는 일은 거의 없으나 수호성 관리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로잘리아에게 왕위를 빼앗기는 수도 있으므로 가끔씩은 대륙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은 조작법만 알면 따로 공략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공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게임을 새로 시작할 때마다 매번 수호성의 호감도를 올리는 선택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나 옆에 메모장을 두고 해야 한다. 아마 내가 아는 모든 게임 중에서 세이브와 로드를 가장 많이 반복해야 하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수호성들과 꾸준히 친목을 쌓는 데 주력하느라 대륙 개발의 중요성이 매우 생략되었다는 거다. 대륙 개발을 귀찮아하는 유저들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냐고? 나중엔 조금이라도 기한 연장해보려고 허덕이다 보면 이게 왜 불평인지 알게 된다. 안젤리크와 로잘리아가 아니라 공사를 구분 못하는 9명의 남자들에게 우주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대륙을 개발하여 여왕이 되는 게 절대로 아니다. 두 여자를 둔 아홉 수호성들 간의 처절한 치정싸움을 구경하는 것이다!(반 진담 반 농담)



현재로서는 구하기 어렵겠지만 고전 게임의 향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추천해봄직 하다. 윈도우 95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호환성 체크만 하면 XP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므로 꼭 한번쯤 해보길 권한다. 국내에 유일하게 정발된 안젤리크 시리즈라는 데서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코에이의 네오 로망 시리즈는 어째 세대가 지날수록 특유의 정감이 점점 떨어져가는 느낌이라(캐릭터 디자인이나 센스가 특히! 금색의 코르다 시리즈가 개중 낫다) 심심찮게 구작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옛날 느낌 그대로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특유의 정감은 여전한 게임이다.

참, 고전게임치고는 한글판 성우진도 제법 화려한 편이다. 책읽기 연기를 끔찍히 싫어하는 사람은 도저히 만족하질 못하겠지만, 발매된 시대를 감안하면 대체로 높은 수준이다. 오스카 역의 이규화(멀더 역의 그 분 맞다!) 씨와 루바 역의 김민석 씨가 목소리 톤과 연기 면에서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다. 약간 뒷말이 있는 클라비스 역의 성우는 단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고, 류미엘 성우는 그저 류미엘과 그리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판타스틱 포츈의 이리스처럼 여신 같은 목소리보다는 낫지만…….) 나머지 수호성들은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이규화 씨 목소리의 오스카는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로 달달하니 ON으로 해두어서 나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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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8/08/13 12:3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Ichor 2008/08/16 05:46 #

    그래요?
    전 최대 8명까지 꼬셔봐서 모든 수호성 200은 도전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
    쳇. 할렘은 불가능한 건가<이러지
  • wipwip 2008/08/29 11:37 # 답글

    일견 촌스러워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캐릭터 설정이 치밀하고
    애니메이션 연출도 대단히 뛰어난 게임이지요.
  • Ichor 2008/08/31 16:53 #

    옛스러운 듯 은근히 센스가 뛰어났죠. 이후부터의 시리즈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해가는 느낌의 캐릭터 디자인이라 좀 그렇더군요.
  • pinehill 2009/11/06 02:52 # 삭제 답글

    글은 잘봤는데 직접 쓰신건아니죠? 일본 공략 번역하신듯....문체가 일본어투라서 반 진담, 반 농담- 보통 한국말은 이렇게 쓰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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